10. 7. 17.

시 한편

진리와 양념


 


함 석 헌


 


 


그릇에 넘는 음식도 양념이 들어야 맛이 나고


세상에 그득한 사람 중에도 참 사람이 섞어야 삶이 있다.


 


음식을 아니라는 양념은 아니건만 제가 음식은 아니오


세상을 무시하는 진리는 아니건만 제가 세상은 아니다


 


그것 없이 맛 아니 나니 양념은 음식을 부정하는 듯 하고


그것 없이는 서갈 수 없으니 진리는 세상을 부정하는 듯하다


 


고기를 없어보는 양념으로 도리어 고기 맛이 나고


세상을 없이 보는 진인(眞人)으로 도리어 세상이 살아간다.


 


유미무미(有味無味)


이세즉세(離世卽世)


양념은 저만으로 시고 짜고 쓰고 매워 못 견디는 것


진인은 올로 살면 슬프고 고담해 안 되는 것


 


맛 중의 진 일맛인 양념을 뽑아냄은


풍성한 요리 속에 녹아들어 전체를 맛내잠이요


사람 중의 진(眞)알짜사람인 진인을 세움은


허다창생(離世卽世) 속에 희생이 되어 전체를 살리잠이다.


 


 


 


 

댓글 1개:

  1. 생각하게 하는 말이네요.양념 나는 누구에게 고춧가루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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