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4. 13.

방울새

방울새(Oriental Greenfinch)

올 해 처음으로 번식한 얘들을 본다.

난 무죄

촉새(Black-faced Bunting)

언행이 방정맞고 촐싹거리는 걸 촉새같다고 비유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울음소리 때문에 지어진 이름 같다.

蠟嘴鳥(납취조)

밀화부리(Chines Grosbeak)

蠟嘴鳥(밀납, 부리취, 새조)라고도 하는데 부리가 밀납을 발라놓은 것 처럼 반들거려서 지은 이름을 우리말로  풀어쓴 것이라고 한다.

梅花, 梅實


집에 매실나무 두 그루가 있다. 그제 비가 오고 난 뒤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고 있다. 일찍 피는 꽃들은 대부분 추위에 견디려고 꽃잎이 아래를 향한다고 한다. 자세히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매실나무, 매화나무라고 부르는데, 한 나무에 꽃과 열매를 강조하는 나무는 드물다고 한다.

매실이 익으면 어머니는 매실 원액과 술을 담그는데 한 번은 매실주를 먹고 밤새 고생한 적이 있어 다음부터는 과실주를 잘 안 먹는다.

왜 그런가 알아봤더니 씨앗에 독성이 있어 어느 정도 익으면 매실을 건져내야 하는데 좀 늦게 건져냈던 모양이다.

술먹은 다음날은 꼭 매실원액을 물에 타서 주는데 갈증에는 최고인 것 같다.

11. 4. 12.

광대나물



집 근처에 흐드러지게 피었다. 

근데 왜 광대나물인지는 모르겠다. 광대처럼 화려해서 광대나물이라 했다고 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고...

한자를 보니 집 근처에 넓게 퍼진다는 뜻인 것 같기도 하고....

공생진화

공생자 행성(린 마굴리스/사이언스북스)

생태계라는 게 자연선택과 후세유전으로만은 설명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저자는 공생이라는 개념이 다세포를 가진 생물에서만 있는 게 아니라 공생에 근거한 기원설을 주장한다.

소가 주인인가 소 위속에 있는 세균이 주인인가에 대해 궁금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 저자는 공생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일면 그럴 듯 하다.

생태계라는 게 표피적으로는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무시무시한 삶의 투쟁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생각 외로 공생을 통해서 생명체를 유지하는 사례가 훨씬 많다.

재미있는 것은 세포의 미토콘드리아와 색소체가 공생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얘긴데, 이 두 기관이 자체 DNA를 가지고 있고, 그 DNA는 세포핵의 DNA보다 구조나 체제가 세균을 닮았다는 얘기다.  

11. 4. 6.

공간과 장소에 대한 생태적 단상

공간과 장소에 대한 생태적 단상

특별한 일이 없는 주말이면 서천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이번 주말에는 신성리, 금강호, 장선리를 둘러봤다. 신성리 갈대밭은 뭘 하려고 하는지 작은 둑들을 쌓아 놨고, 화양 금강대교와 조류생태전시관 옆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갈대는 사라져 버렸고 현재 공사 중이다.

   4대강 공사현장(화양)

   조류생태전시관 옆(공사 전과 후) - 매년 큰고니가 갈대 옆을 서식처로 이용했는데 이번 겨울에는 갈대를 없애고 공사를 하면서 큰고니를 볼 수가 없었다.

앙리 르페브르라는 학자는 '공간(space)'과 '장소(place)'의 차이에 대해, 공간은 물리적 개념이고, 장소는 그곳에 사람들의 관계가 누적적으로 개입하는 곳이라고 정의를 내린 적이 있다. 즉, 공간이 물리적 속성을 갖고 있다면 장소라는 개념은 삶, 문화, 기억, 생태계, 공동체 등의 속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지역에는 많은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필자는 개발과정에서 잃고 있거나 생각하지 않는 것들이 많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물리적 공간만을 인식하고 지역주민이든 그 안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동식물이든 그간의 ‘시간’과 ‘문화’, ‘공동체’ 이런 단어들은 설자리를 내주고 거론조차 되지 않으니 말이다.

국립생태원 건립이 진행 중이다. 공사현장 옆에 조그마한 방죽이 하나 있는데 ‘용화실 방죽’이라고 부른다.

이곳은 좀 특이한 지역이라 몇 년 전부터 살펴보고 있다. 그러면서 관찰한 조류의 종류도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종을 비롯해 다양하다. 또한 용화실 습지는 논병아리, 쇠물닭이 번식하는데 훌륭한 환경을 제공했다.  

   흰날개해오라기

   쇠물닭

   노랑부리저어새(천연기념물, 멸종위기 1급)

   큰고니(천연기념물, 멸종위기 2급)

  논병아리가 2010년 6월 번식을 마쳤다

    공사중인 용화실 습지

국립생태원 건립이 추진되면서 몇 차례 회의를 참석한 적이 있는데 용화실 방죽은 되도록 건드리지 않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했고, 그 당시에는 건드리지 않는 것으로 의견을 나눈 기억이 있다. 그러나 지난 겨울부터 용화실 습지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건물 리모델링하는 것과 같은 ‘용화실 생태습지’에서 앙리 르페브르가 말했던 ‘장소’ 개념은 남아있을까? 인근 주민들의 용화실 습지에 대한 기억은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을까?

‘현대의 소로’라고 하는 베른트 하인리히는 그의 저서 『까마귀의 마음』에서 “친숙함이 주는 편안한 느낌은 철새들로 하여금 그들의 길고 힘든 여정을 멈추고 매년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같은 숲으로 되돌아오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라고 했다.

그의 말이 경험적으로 맞다면 위에서 소개했던 철새들은 용화실 습지를 잊지 않고 찾아올 수 있을까? 과거에 본 논병아리나 쇠물닭이 다시금 생명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가져본다.

나는 개인적으로 용화실 습지가 물리적 공간이 아닌 과거와 미래가 단절되지 않은 ‘장소’로 남아있길 기대했다. 작은 습지이지만 철마다 새들이 찾아오고 부들과 물풀들이 어우러지고 또 생명들이 이어지는 작지만 큰 ‘장소’이길 기대했다.

한 장소가 주는 느낌은 전체 환경에 대한 인상을 좌우한다는 말처럼 나는 공간을 볼 때 우리의 시각이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사람들의 삶과 시간 그리고 생태계를 함께 고찰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