烏 水邊行 오징어가 물가를 돌다가
忽逢白鷺影 갑자기 백로 그림자를 보았는데
皎然一片雪 새하얗기 한 조각 눈결이요
與水同靜 눈에 빛나기 잔잔한 물과 같아
擧頭謂白鷺 머리 들고 백로에게 말하기를
子志吾不省 그대 뜻을 나는 모르겠네
旣欲得魚 기왕에 고기 잡아 먹으려면서
云何淸節秉 무슨 멋으로 청백한 체 하는가
我腹常貯一囊墨 내 배에는 언제나 한 주머니 먹물 있어
一吐能令數丈黑 한 번만 내뿜어도 주위가 다 시커멓기에
魚目昏昏咫尺迷 고기들 눈이 흐려 지척 분간을 못하고
掉尾欲往忘南北 꼬리 치며 가려 해도 남북을 분간 못하지
我開口呑魚不覺 내가 입으로 삼켜대도 고기들은 깜박 몰라
我腹常胞魚常惑 나는 늘 배부르고 고기는 늘 속는다네
子羽太潔毛太奇 그대는 깃이 너무 희고 털도 너무 유별나서
縞衣素裳誰不疑 위 아래가 흰옷인데 누가 의심 안하겠나
行處玉貌先照水 간 곳마다 고운 얼굴 물에 먼저 비치기에
魚皆遠望謹避之 먼 데서 바라보고 고기 모두 피해가니
子終日立將何待 온종일 서 있은들 그대 무얼 기대하리
子脛但酸 常飢 다리만 시근시근 배는 늘 고프지
子見烏鬼乞其羽 까마귀 찾아가서 그 옷을 빌어 입고
和光合 從便宜 본색일랑 감춰두고 적당하게 살아가소
然後得魚如陵阜 그리하면 고기를 산더미같이 잡아
子之雌與子兒 암컷도 먹이고 새끼들도 먹일거네
白鷺謂烏 백로가 오징어에게 말하기를
汝言亦有理 네 말도 일리는 있다마는
天旣賦予以潔白 하늘이 나에게 결백함을 주었으며
予亦自視無塵滓 자신이 보기에도 더러운 곳 없는 난데
豈爲充玆一寸 어찌하여 그 작은 밥통 하나 채우자고
變易形貌乃如是 얼굴과 모양을 그렇게야 바꾸겠나
魚來則食去不追 고기가 오면 먹고 달아나면 쫓지 않고
我惟直立天命俟 꼿꼿이 서 있으며 천명대로 살 뿐이지
烏 含墨 且嗔 오징어가 화를 내고 먹물을 뿜으면서
愚哉汝鷺當餓死 멍청하다 너야말로 굶어죽어 마땅하리
다산 정약용
10. 10. 12.
오징어와 백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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