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 줄레조/ 후마니타스
내가 아파트에서 살아 본 것은 90년도 였다. 재수하고 대학다니는 동안 고모님 댁을 들어왔다 나갔다 하면서 몇 년을 보냈다. 고모님께 골치 좀 썩혀 드렸다.
그 때 기억이 고모님도 힘들었던 터라 단독 주택에서 주공아파트로 이사를 했었는데 70년대 세운 아파트였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아파트에 대한 별다른 생각은 없었고 아침이면 무표정으로 등교, 출근으로 쏫아져 나오는 인간들을 보면서 '내 미래가 이런건가? 이게 사는 건가?'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 나를 보고 아파트에 살라고 하면 도망가겠지만 한국사회는 아파트가 그 사람의 사회적지위와 경제력을 나타내는 지표가 된 게 사실이다. 거기에 자식의 학교까지...
이 책은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에서의 아파트 진화과정을 프랑스 지리학자가 연구를 한 책이다. 재미있는 것은 외국인의 시각으로 한국사회를 아파트라는 매개로 사회, 문화적 특징을 들여다 본 게 인상적이다.
몇 나라 빼고는 아파트란 게 부정적이고 하층계급이 거주하는 곳으로 인식되는 데 우리나라는 그 반대다.
우리나라도 70년대 초반까지는 공익적인 성격이 강했는데 자본주의적 권위주의가 재벌과 손잡고 나라를 휘두르면서 '부'의 상징이자 국민적 투기 열풍을 가져왔다.
어떤 사람은 우리나라 공황의 시작이 얼마 전 화재가난 부산 해운데 주변 아파트가 출발점이라고 말하는 데, 이유는 거품이 제일 먼저 빠지는 지역적 특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몇가지 드는 생각은...
주택공급률은 100%가 넘는 데 왜 내가 살 집들이 없는가?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아파트 수명은 30년 정도 된다고 한다. 계속해서 용적률은 높아지겠지만 재건축으로 유지비용은 증가하게 된다. 그래서 아파트관리 비용이 높아지게 된다.
요즘 전세가가 매매가와 얼마 차이 안나는 게 집값 폭락에 대한 두려움도 있겠지만 유지비용때문에 내 아파트에서 살 수 없는 그런 웃기는 현상도 상상할 만 하다.
가끔 뉴스에 아파트경비원을 감원한다고 하는 소식이 거주자의 관리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요즘 아파트출입증이나 cctv 같은 게 효율성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국가권력의 감시체계에 대해서는 좀 흥미로운데 언급만 해서 좀 아쉽고 미셀푸코의 '감시와 처벌'을 다시 한 번 읽어봐야 겠다.
하긴 감시의 측면에서 감옥이나 아파트나....
저자는 마지막에 서울을 '하루살이 도시'라고 표현했는 데 어쩌면 정확한 시각일 수도 이겠다 싶다.
공동체 파괴는 둘째 치고 아마도 한국은 앞으로 아파트가 큰 골칫거리가 될 수밖에 없지않나 생각이 든다.
칼로 일어선 자 칼로 망한다고 했던가....왜 자꾸 생각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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